1. 문제의 제기
상가건물 등을 건축하여 분양하기 위하여 대리사무계약(당사자 : 시행사, 시공사, 대출은행, 신탁회사)과 분양관리신탁계약(위탁자 : 시행사, 수탁자 : 신탁회사)이 체결된 경우 통상 시공사가 공사비를 청구하면 시행사는 요건을 갖추어 신탁회사에 공사비 지급을 요청하고, 신탁회사는 이에 따라 시공사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시행사가 신탁회사에게 공사비 지급요청을 하지 않으면, 신탁회사가 공사대금 미지급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공사가 이를 지급받기는 어렵다. 만약, 이 경우 시공사가 신탁회사를 상대로 직접 공사대금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신탁회사에게 직접 청구할 권원이 없기 때문에 시공사의 청구는 기각될 수밖에 없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합23047판결, 2007가합1025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 시행사가 시공사를 위하여 신탁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 및 그 지연손해금에 대한 지급요청절차를 이행해줄 계약상 또는 신의칙상 의무가 존재하는지 문제된다.
이러한 의무가 인정된다면 시공사는 시행사를 상대로 소구하여 그 의무이행을 확보하고, 직접 신탁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공사비 지급요청절차 이행의무에 관한 판결
가. 공사비 지급요청절차 이행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하여는 이를 긍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나. 그런데 법원은 시행사, 시공사, 신탁회사, 대출은행이 상가신축사업을 위해 대리사무계약과 분양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이 사건 대리사무계약서 제11조에 의하면, 원고가 공사기성확인서에 따라 피고 시행사에 공사대금을 청구하면 피고 시행사는 피고 신탁회사에 공사비지급 요청을 하고, 그 요청을 받은 피고 신탁회사는 청구 받은 날로부터 7영업일 이내에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가 피고 시행사에 대하여 14억 원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 시행사는 피고 신탁회사를 상대로 원고의 공사대금 및 지연손해금에 대한 지급요청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12578호 판결).」고 판시하여 지급요청절차 이행의무를 인정하였다.
여기서 ‘지급요청절차를 이행할 의무’란 ‘의사표시를 할 의무’이므로 민사집행법 제263조에 따라 판결이 확정될 때 그와 같은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되며 별도의 집행절차나 집행문의 부여가 필요하지 않다(서울고등법원 2013나6874호 판결).
나. 평가
하급심 판결은 대리사무계약서의 계약조항에 근거하여 시행사가 시공사를 위하여 신탁회사를 상대로 공사비 등에 대한 지급요청절차를 이행해줄 계약상 의무가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동안 시공사로서는 자금집행에 있어 상당히 선순위에 있음에도 신탁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관계로 시행사의 부작위에 대하여 일반채권자로서의 권리행사방법 외에 별다른 권리구제방법이 없었는데, 위 판결을 통해 시공사가 직접 신탁회사에게 공사비를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된 것인바, 매우 획기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3. 결론
신탁회사의 관리계좌에 분양수입금이 있음에도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시공사가 바로 신탁회사를 상대로 금전지급을 구하면 특별한 약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패소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시공사가 시행사를 상대로 수탁자(신탁회사)에게 공사비 지급요청절차를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것이 실질적인 권리행사 방법이 될 것이다. 지급요청절차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고, 신탁회사에게 판결서가 도달되면, 시행사는 지급요청절차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면 시공사는 직접 신탁회사를 상대로 관리신탁계좌에 있는 돈에 대하여 공사비를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임의이행을 하지 않는다면 공사비청구소송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